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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거실 대신 서재

거실 대신 서재 1 - 교자상을 꺼내다.

교자상을 꺼내다 (2014. 6)

큰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작은아이가 1학년이 되었을 무렵
우리는 시골살이 3년차였다.
자연과 벗하는 유년시절을 선물하리라는 것은 핑계이고
내가 좋아한 시골살이로
고생도 많았지만 그럭저럭 익숙해지던 시기였다. 
그 무렵 아이들의 공부가 가장 큰 고민이였다.

공부에 관심이 없는 시골학교에서
세상 제일 똑똑한 줄 아는 큰아이에게
세상구경을 시켜주고자 
서울교대 수학경시대회를 봤었다.
시험 결과는 당연하게도 평균에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그무렵 큰아이는 욕심내 구입한 문제집을 
수두룩하게 틀리고 
설명을 해도 이해가 안되는듯 하고 
문제 푸는것 자체를 어색해하는것이 느껴졌다.
머릿속에서 경고등이 울렸다.
작지면 분명하게

작은아이가 받아쓰기를 60점 받아온날
시골학교에 보내면 애들 바보만드는 거라는
저주스러운 목소리들과 함께
경고등이 머릿속에서 마구 울려댔다.
공포영화를 볼때 무서운 장면을 보기 
직전 불길하게 깔리는 음악소리처럼......

방과후 수업 참관이 있던날
아들녀석의 산만한 모습과
딸아이에 대한 과후 강사의

"좀 더 잘할수 있는 앤데 

다른 애들에 휩쓸려 능력 발휘를 안하네요."


라는 말에 나의 불안감은 클라이막스로 치달았다.

그래 내가 너무 무심했지.
학교가 주는 편안함에 너무 애들을 내버려 두었지. 

자책이 잇달아 몰려왔다.

그날 아이들과 오랜 대화 이후 

우리는 공부를 좀 해보기로 결정하고

(예정된 결정이었다)
당장 오늘부터 첫 수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30분동안 문제를 풀이보기로 하고 

그 양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 틀린문제 점검.
 아들 녀석은 순순히 따라오는데 반해
딸아이는 미묘한 감정적 반항과

 불량한 학습태도로 나를 힘들게 했다.
공부 반, 훈계 반.


 다음날 공부할 곳을 미리 정하고

 포스트잇으로 붙여 놓을때까지 몇시간이 흘렀는지

그렇게 밤 10시가 되서야 첫 공부를 마칠수 있었다.

마침 다음날 '명사와의 만남'이라는

학부모 교육이 있었다. 

신랑과 함께 교육을 듣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은 공부의 양, 치열한 경쟁도 

무시할수 없는 한국의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하기로 했다.

시골학교에서 아이들은 무척 행복해해 다행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안한것도 현실이다. 

우리는 이 안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학원을 보내는 것은 싫고 

집에서 스스로 양을 정해 조금씩 공부하고 

자리를 잡을때까지 

오후시간은 아이들을 도와주기로 했다.




예전에 내가 만든 테이블은 이제 작아져
창고에 쑤셔박아놨던 교자상을 꺼냈다.
예쁜 테이블보를 깔고 투명매트를 깔아 

넓직한 공부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굴러다니는 필기도구를 정리할

 연필꽂이도 만들어야지. 

조금 높은 교자상에서 공부하기 편하게 

커다란 방석도 만들어 줘야지.



우리 아이들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내가 도울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돕고 싶다.
내 아이들이 이 세상에서 사는 동안
자신의 삶을 사는동안 평온하고 행복하도록.



공부 한시간 시키기 맘 먹기가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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