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쇼파와 TV를 없애다 (2015. 6)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한반에 20명이 안되는 시골학교라
공부를 못해도 눈치보지 않고
잘해도 특별히 칭찬받지 않는
그런 학교였다.
얼핏 들으면 좋은 학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다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아이들은 '왜 공부해야 하냐?'며
공부에 대한 저항을 드러냈고
그런 아이들을 설득하고
공부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함께 공부하는 공간이 필요했다.
첫 1년동안은 교자상으로도 충분했다
미리 의논한 공부계획에 따라
각자 알아서 공부하고
엄마에게 점검을 받는다.
엄마는 부엌일을 하면서
바깥일을 하면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들여다보며
감시와 격려를 했다.
중간 중간 아이들과 의논하며
계획을 변경하기도 하고
공부 시간을 줄이기도
늘이기도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갔다.
그러다 보니 각자의 방에
멀쩡히 있는 책상의 존재의 의미가
점차 퇴색되어 갔다.
책상의 책들과 필기도구들은
이미 거실 교자상에 옮겨졌다.
거실은 교자상, TV, 쇼파로 북적거리고
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간에는
TV보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종종 오시는 부모님이
아이들 눈치를 보느라 TV를 볼 수 없어
불편해 하셨다.
그래서, 과감하게 거실을 서재로
그 용도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그당시 우리집에는
부모님 방이 따로 있었는데
쇼파와 TV는 부모님방으로 옮기니
부모님은 눈치보지 않고
편하게 TV를 보실 수 있고
아이들은 책상에 앉아
편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교자상은 아이들 책상 대신
아이들 방으로 옮겨 주었다.
공부의 주된 장소가
각자의 방에서 거실로
아니 서재로 바뀐 것이다.
방에 있는 교자상에서는
일기를 쓰거나 놀이를 하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각자의 방에 있던 교자상마져도 없애버렸다.
굳이 방에 책상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공부는 거실이었던 서재에서
시작하고 마무리 지었다.
아이들 책상 사이에
내 작은 책상도 자리잡았다.
그 당시 나는 전산회계 1급과
전산세무 2급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의 공부습관을 잡는데
엄마가 자신의 공부를 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TV가 있던 자리에는
아이들 방에 흩어져 있던
책장을 두고 앞에는 작은 탁자를 놓았다.
책장 앞에 폭신한 매트와 방석을 깔아
편안하게 앉거나 누워 책을 볼 수 있게 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에
책을 놓아주는 것
책을 읽을 편안한 장소를 마련해 주는 것은
독서지도의 가장 처음이자 기본이다.
우리집에 거실은 없어졌지만
서재가 생겼다.
오시는 손님들은 식탁으로 모시고
간단한 다과와 차를 대접하니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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