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가 생겨도 거실은 서재 2019. 9
우리집 거실이 서재로 자리잡고 난뒤
한번의 이사를 더 해야했다.
살던집이랑 매매가는 비슷하지만
평수는 2배가 늘어난 덕분에
따로 서재를 꾸밀 수 있었다.
(시골아파트는 분양가의 70%도
회복하지 못한 아파트가 아직도 있다.)
거실에 있던 책상들을 서재에 배치하고 나니
오롯이 넓은 거실이 생겼다.
그렇지만 거실에 다시
TV와 쇼파를 놓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동안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거실을 서재로 활용했던 것이 아니라
TV를 보는 거실이 필요없기 때문에
거실을 서재로 활용했던 것이다.
그래서 거실에는
함께 이야기하고 보드게임도 하며
함께 모일수 있는 공간으로 남기기 위해
큰 테이블 하나만 놓기로 했다.
공간을 나누기 위해 파티션겸
책장을 추가하고 나니
책을 놓을 공간이 늘어났다.
우리집은 완전 입식공간이 주류다.
그렇지만 사람은 한국사람인지라
뒹굴고 늘어져 있을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왠만한 가구는 직접 만드는지라
이런 저런 공구들이 많은데
이것들을 수납할겸,
뒹굴고 쉴 공간을 만들겸 평상을 제작했다.
방문 선생님이 거실 테이블에서
수업을 진행하시는 동안
나는 파티션 뒤 평상에서
강아지랑 편하게 누워 책을 읽으면서
수업 진행 사항도 확인할 수 있으니
아주 편리한 공간이다.
나는 거실을
TV를 보거나 쇼파에 늘어져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혹은 따로 모여 공부하고독서하고,
혹은 좋아하는 활동들을 하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서재가 있다는 것은.
거실에 TV와 쇼파가 없다는 것은
부모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이 된다.
책상에 앉아 가계부를 쓰기도 하고
독후감을 쓰기도 하며
읽고 쓰고 몰입하게 된다.
아이들은 각자의 방에
공부 공간을 가지고 있다.
이제, 엄마와 함께 하는 공부가 아닌
각자 자기주도적으로 하는
공부를 진행하고 있지만
모르는 것을 물어보거나
잠깐 쉬러 나오곤 하는데
TV가 없는 거실에서 아이들이 쉴 만큼만 쉬고
금방 다시 방으로 복귀하고는 한다.
나는 늘 멋진 서재를 갖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18세기 영국 소설에서는
서재나 많은 책들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그 사람의 인품과 부류를 가늠하게 하는
척도로써 쓰이기도 한다
그당시에는 책을 구하기도 어렵고
지금처럼 많은 책들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절이라
그런 서재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으리라.
지금처럼 책들이 넘쳐나고
세계 어느 나라의 어떤 작가의 책이든
구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에서
좋아하는 책들로 가득 꽂인
서재를 만드는 것은
예전보다도 훨씬 쉬운 일일터이다.
공간이 주는 메세지가 있다
서재가 있는 집은
나의 개인적인 꿈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삶의 방법이기도 하다.
공부란 뭘까?
나는 아이들에게 곧잘 이렇게 말하고는 한다.
"뭘 모르는지 알고
모르는 것을 아는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공부야."
100점을 맞기 위해 문제집을 푸는 것이
학원에 다니는 것이
공부가 아니라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가려내고
아는 것의 범위를 늘려가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공부다.
TV와 쇼파가 없는 거실은
좋아하는 책이 꽂인 책장과
책상과 테이블이 있는 서재는,
그런 성장하는 삶을 지향했으면 하는
나의 소망을 담고 있다.
아이들이 삶을 살아가며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고민하고 성장하며 살기를 바라며
TV와 쇼파를 놓을 공간이 있지만
TV와 쇼파 대신 테이블이 있는
우리집 거실이 참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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